Siiz Zisoo KIM Solo Show
Magicians Do Not Exist
9th of Aug - 7th of Sep, 2024
피지갤러리는 PLAYGROUND PROJECT의 레지던시 작가 시즈 (Siiz, 김지수)의 첫 번째 개인전 <Magicians Do Not Exist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을 개최한다. 전시는 2024년 8월 9일부터 9월 7일까지 4주간에 걸쳐 진행되며 총 13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그간 탐구해 온 동시대 젊은 세대의 내면과 현실 사이의 아이러니를 조명하는 자리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아이러니는 만화 속 캐릭터, 섬광, 가공된 환경, 환상적인 공간과 같은 현실에 있지만 어딘가 아득한 인공적인 소재로 등장한다. 시즈가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을 통해 가공된 환상 속에서 부디 깨어나지 않길 바란다.
삶의 무게는 주관적이다. 하지만 그 무게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욕구는 객관적이다. 작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때때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인위적으로라도 다른 차원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작가는 물론 우리는 다른 차원의 가공된 공간 안에서 어딘가 모를 위화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끼곤 한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스티븐 그로스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안전가옥’이 존재한다. 그가 상담한 M은 불안감이 엄습할 때 프랑스에 있는 작은 집을 떠올린다. 복잡한 도시, 과도한 경쟁, 고립된 개인의 삶을 사는 그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프랑스의 집을 상상하며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난다. 그렇게 M은 평정심을 찾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사실, 그는 프랑스에 집을 갖고 있지 않다. M에게 프랑스 집은 현실을 살아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가공된 안식처인 것이다.
이번 개인전의 제목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에 등장하는 나이든 일루셔니스트가 만난 소녀 앨리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1959년 파리,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화려한 현대예술의 등장과 함께, 나이든 일루셔니스트에게 현실은 불안과 공포가 되었다. 참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 간 그는 시골 소녀 앨리스를 만나 게 된다. 기댈 곳 하나 없던 소녀에게 일루셔니스트는 환상 그 자체였고, 소녀 또한 그에겐 피난처였다. 그는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다. 하지만 환상은 힘이 없었고, 현실을 직시해야만 했다. 시즈 작가는 애니메이션, 영화와 같은 영상매체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현실을 살아가는 힘을 얻기도 한다. 때때로 우리는 영화나 만화를 보며 주인공에게 안정감을 느낀다. 주인공의 삶은 대단히 극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미 정해진 삶의 살아간다는 점이 기대와 안정감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하지만 영화에 대해 얘기할 때 우리는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라는 말로 다시금 현실을 인정한다. 결국 가공된 현실의 이야기는 현실적이지만 언제나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게 끔 하는 안전장치가 존재하는 것이다.
시즈가 선보이는 신작에서 우리는 안식처를 만난다. 자신만의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화면 속 인물은 해방의 시간을 만끽한다. 이곳은 우리의 ‘안전가옥’이다. 가끔은 현실에서 한발짝만 떨어져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Magicians do not exist> 에서 인물은 마치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먼 곳을 응시한다. 그 생각이 걱정인지, 불안을 들추는 것인지, 또는 생산적인 고뇌인지,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은 편안함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이곳은 인물이 편안히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자신만의 안전가옥이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공간은 아름다운 꽃으로 뒤덮여 있고, 밝고 푸른 잎사귀들이 청량함을 더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질적인 요소들이 눈에 띈다. 가을에 피는 칸나와 봄 꽃인 장미는 한 공간에 있을 수 없고, 종이에 색칠해 오린 장미가 이곳이 현실이 아닌 곳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환하 게 불이 들어온 집안과 종이 장미는 인물이 가공된 공간에서 현실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가 된다.
2023년부터 작가는 빛을 소재로 실재와 환상의 경계를 탐구해 왔다. 작가가 다루는 빛은 ‘인공의 빛’이다. 불꽃놀이, 놀이동산의 화려한 불빛은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환상적 소재이지만, 결국 빛은 꺼지고 더욱 어둑해진 현실을 마주하게 하기도 한다. 신작 <My safe place 1-2>에서도 빛이 등장한다. 한적한 들판 한 가운데에서 의자에 몸을 기댄 채로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는 인물은 따사로운 빛을 느끼고 있다. 정확한 원을 그리며 인물을 비추는 인공의 빛은 인물을 위로하는 동시에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명확히 해주고 있다. 빛이 꺼지면 그의 안전가옥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작가의 작품에서 우리는 안락함과 평온함을 마주하면서도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 이질감은 인물이 처한 상황이 실재가 아닌 환상이며, 환상은 찰나의 순간이라는 사실을 깨닫 게 한다. 이번 전시제목의 영감이 된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에서 나이든 일루셔니스트의 환상은 소녀가 마법이 아닌 현실의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자 깨지게 된다. 환상이라는 마법은 현실이 실재라는 것을 담담히 마주하고 있을 때나 힘이 있다. 환상이 현실을 넘어서는 순간, ‘나’라는 존재는 위태로워지고, 오히려 현실은 더욱 냉혹해진다. 일상을 잠시 벗어나는 것은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없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안전가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상을 벗어나는 환상의 순간은 순간일 때 가장 아름답다. 환상이라는 도피는 순간의 마법이며, 순간은 현실없이 존재할 수 없다. 나를 현실에서 도피시켜 줄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Works
Magicians do not exist, Oil on canvas, 116.8×91 cm, 2024
Siiz Zisoo KIMMagicians do not exist, Oil on canvas, 116.8×91 cm, 2024
Find the blue bird, Oil on canvas, 116.8×91 cm, 2024
Siiz Zisoo KIMFind the blue bird, Oil on canvas, 116.8×91 cm, 2024
My safe place 01, Oil on Canvas, 72.7×90.9 cm, 2024
Siiz Zisoo KIMMy safe place 01, Oil on Canvas, 72.7×90.9 cm, 2024
My safe place 02, Oil on Canvas, 72.7×90.9 cm, 2024
Siiz Zisoo KIMMy safe place 02, Oil on Canvas, 72.7×90.9 cm, 2024
My safe place 03, Oil on Canvas, 72.7×90.9 cm, 2024
Siiz Zisoo KIMMy safe place 03, Oil on Canvas, 72.7×90.9 cm, 2024
Eternal white birds, Oil on canvas, 53×45.5 cm, 2024
Siiz Zisoo KIMEternal white birds, Oil on canvas, 53×45.5 cm, 2024
Blue Sunday, Oil on canvas, 53×45.5 cm, 2024
Siiz Zisoo KIMBlue Sunday, Oil on canvas, 53×45.5 cm, 2024
Midnight’s dream, Oil on canvas, 53×45.5 cm, 2024
Siiz Zisoo KIMMidnight’s dream, Oil on canvas, 53×45.5 cm, 2024
Glowing merry-go-round, Oil on canvas, 193.9×130.3 cm, 2018-2023
Siiz Zisoo KIMGlowing merry-go-round, Oil on canvas, 193.9×130.3 cm, 2018-2023
Fake racehorse, Oil and acrylic on canvas, 116.8×91 cm, 2024
Siiz Zisoo KIMFake racehorse, Oil and acrylic on canvas, 116.8×91 cm, 2024
Shredded carnival, Oil on canvas, 130.3×130.3 cm, 2018-2023
Siiz Zisoo KIMShredded carnival, Oil on canvas, 130.3×130.3 cm, 2018-2023
Burning at the tip of it, Oil on Canvas, 97×130.3 cm, 2018-2023
Siiz Zisoo KIMBurning at the tip of it, Oil on Canvas, 97×130.3 cm, 2018-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