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J & JADE KIM


Light on light

20th of Dec, 2024 - 18th of Jan, 2025 


화가 에밀 베르나르(Emile Bernard)는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에 대해 “빈센트의 작품은 작품 자체는 물론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빛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2024년의 마지막을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PG 갤러리는 보이지 않지만 거대한 존재인 ‘사랑과 꿈의 색‘을 담아내는 두 작가 PYJ & JADE KIM의 전시 <Light on light>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Light on light>은 반 고흐의 작업을 설명하는 용어에서 차용했다. 그는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를 그리며,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작품이 ‘최고’가 될 것이다. … 빛을 비추는 빛(Light on light) 효과가 더해진 것으로, 노란색 꽃병에 담긴 노란색 꽃이 노란색 배경 위에 그려졌다. … 저 금색과 꽃의 색채를 녹여 내려면 한 사람의 온전한 에너지와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난 여전히 그 해바라기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 반 고흐의 삶은 투쟁과 고통으로 얼룩진 극적인 삶으로 이야기되곤 한다. 하지만 그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를 살펴보면 그는 지극히 인간적이었고, 진실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PYJ (박용재)

박용재 작가의 작업에는 ‘현실과 꿈이 공존’한다. 어릴적 작가는 자각몽을 자주 꾸곤 하였다. 소심한 소년이었던 작가에게 꿈은 찬란한 탈출구였다. 어른이 되어 가면서 꿈은 희미해져 갔고, 그 기억을 붙잡기 위해 붓을 잡았다. 그런 작가이지만 짙은 현실 또한 사랑했다. 그의 작품에는 잔잔한 빛이 존재한다. 색과 색이 중첩되면서 조용한 풍경에 따스한 빛이 더해지고, 빛을 비추는 빛은 짙은 현실을 찬란한 꿈으로 초대한다. 회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박용재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평면을 넘어 극사실주의 피규어라는 입체까지 작업의 영역을 확장하였다. 대상의 섬세한 감정을 포착하고, 극도로 세밀한 터치와 미세한 색의 표현은 피규어 씬에서 그를 성공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작가가 이룬 그동안의 입체작업은 회화적 표현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짧고 간결한 붓터치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대상의 위치, 색의 대비와 조화는 관람자가 작품을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빛은 흐드러지고, 물결에 담긴 빛은 춤을 춘다.


JADE KIM (제이드 킴)

제이드 킴 작가의 작품은 ‘사랑’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망가아트를 베이스로 하는 제이드 킴의 작품 속 주인공 ’MIN’은 작가의 세상이자, 작업의 원동력이다. MIN은 신비로운 표정으로 관객을 응시한다. 그리고 관객은 단숨에 그림 속 주인공에게 빠져든다. 만화 속 주인공 소녀들은 때때로 독자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일관된 표정이 오히려 독자에게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확신을 주기 때문일까.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을 때, 심지어 어두운 현실을 헤쳐나갈 때에도 만화 속 주인공 소녀의 표정은 신비로움과 결의로 가득 차 있다. 제이드 킴이 그리는 MIN 또한 작가 본인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그런 안정감을 준다. 작가가 선물하는 MIN의 세계는 망가아트를 넘어 그의 내면을 대변한다. 색색의 아름다운 꽃들, 따사로운 햇살, 차분하고 따뜻한 배경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 현대적인 이미지에 고전적인 색을 활용함으로써 대상에 더 많은 이야기를 더하는 것이다. MIN은 그 자체로서 존재하지만 작가의 세상이 더해졌을 때 더 깊은 빛을 낸다. 


그림을 볼 때 색을 연관 짓지 않고는 제대로 된 감상이 어렵다. 색채는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조형 요소 중 하나로 ‘개인과 개인의 감각, 대상에 대한 감정’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본질에 가까워지도록 한다. 고흐는 프랑스 남부에 도착했을 때 이렇게 말한다. “태양이 사람을 취하게 한다. 무엇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빛은 노랑, 색 바랜 노랑, 흐릿한 레몬빛 노랑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아 아름다운 노랑이여!” 처음에 그는 자신의 삶을 처절하다고 했지만, 결국 그 안에서 아름다움과 감사함을 찾아낸다. 그에게 노란색은 황금과 태양이기도 했지만, 빛이자 깨달음, 이성이 아니었을까?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다양한 색과 빛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의미는 감상자에게 다양한 감각과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들에게 색은 꿈이자 사랑이다. 전시를 통해 나의 감정을 비추는 빛의 색을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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