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갤러리는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부터 11월 16일 토요일까지, 총 3주간 플레이그라운드 프로젝트 레지던시에 새롭게 입주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2인전<Connecting>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박정수, 전소희 작가는 각기 다른 언어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공감하고, 생각하고, 돌아봐야 할 지점을 이야기하고 연결한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서로 다른 것들이 충돌하고, 새롭게 해석되며 생겨난 연결의 세계이다. 과거는 현재를 만들고, 타인은 나의 표상이고, 외부의 풍경은 내면의 자리한다. 그리고 작품은 순간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다양한 해석의 연결고리가 된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작품은 정해진 의미로 고착되지 않고 개방된다.”고 말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세계를 바라본다. 작가들은 자신만의 언어로 세계를 표현하며, 세계는 재해석 된다.


박정수

박정수 작가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장소와 유물에서 생경하게 다가온 인상을 회화로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부서지고 복원된 성벽, 황변이 일어난 장난감처럼 외면되어지곤 하는 시간의 흔적을 좇고, 어릴적 빛 바랜 순간을 회상하곤 한다. 그렇게 그는 현재의 시선에서 시간의 축적을 모티프 삼아 회화적 실험을 한다. 작가는 마티에르를 활용해 시간의 첫 인상을 포착하고, 캔버스를 긁고 문지르는 방식으로 흔적을 담아 낸다. 작가가 시간을 표현하는 대상은 유물과 같은 공적 영역과, 개인적인 시선과 기억에 대한 사적 영역으로 구분된다. 작가는 공과 사의 영역을 구분하지만, 작품이 관람자를 만나는 순간부터 이는 관람자의 경험과 연결된다. 세계에 대한 작가의 해석은 관람자 개인이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연결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확장된다.


전소희

전소희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한 풍경을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하고, 회화로 옮긴다. 성인이 되어 대도시의 삶을 시작한 작가에게 도시는 낯섦과 불안함이었다. 작가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생경함과 불안 사이에 자리잡은 ‘정적과 쉼’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마주했던 불안과 쉼이라는 양가적인 감정의 충돌은 거친 린넨 위에 부드러운 감촉의 식물로 나타난다. 화면 위에서 나부끼는 식물의 모습에서 우리는 애정 어린 손길에 자란 식물, 시멘트의 작음 틈에서도 뿌리를 내리기도, 벽을 타고 굳건히 자리잡은 다양한 형태의 도시 식물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모습은 작가, 또는 누군가의 초상이 된다. 이토록 흔들리지만 또 깊이 뿌리 내린 식물처럼 작가에게 불안은 더 이상 불안이 아니다. 불안은 적응을, 그리고 또 다른 활기를 가져온다.


롤랑 바르트의 말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작품의 의미는 관람객을 통해 지속적으로 세계와 연결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작가가 해석한 작품을 보고 또 다시 새로운 의미를 생산한다. 그리고 우리가 작품에서 발견한 의미는 개인이 과거의 경험을 탈피하도록 하며, 현실을 변형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힘을 발휘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일상을 스스럼 없이 흘려 보내곤 한다. 하루, 한 시간, 순간은 서로 단편적으로 존재하는 듯 하지만 끊임없는 연결의 지속이다. 어제 일어났던 일은 오늘 나의 기분에 영향을 주고, 아팠던 과거의 역사는 현재의 동력이 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은 과거의 사건과 감정이라는 틈에서 충돌하고 생성되는 것들을 이미지로 새롭게 창조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이 그동안 지나친 순간들, 기억해야 하는 사건들, 잊었던 감정들을 발견하고, 새로운 세계와 연결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Works

Installation View